김영하,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읽으면서
산문이라는 분야를 처음 알게 되었다.
작가의 하고 싶은 말을 어떠한 형식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작성하는 글.
그래서 이번에도 책을 고를 때, 작가의 자유롭게 작성한 글을 읽기 위해서 이번에도 산문 책을 고르게 되었다.
시인이자 방송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병률 작가.
정확하게 어떠한 분야에서 활동했는지 모르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 이병률 작가의 최근 작품인 혼자가 혼자에게를 선택하게 되었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이었지만, 여러 사진과 같이 있기에 그렇게 많지 않은 분량이었다.
하지만 특정 작가와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이전에 읽은 책인 김영하 작가의 책과는 전혀 다른 책이었다.
나처럼 책못알도 읽기 쉬웠던 김영하 작가의 책과는 달리
이번 책은 읽으면서도 이해가 안 되어서 다시 읽고 다시 읽는 것을 반복하게 되었다.
그나마, 글을 읽으면서 간간히 나오는 사진에 대해 그 작가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위안을 삼는다.
나처럼 글을 읽는데 오래 걸리는 사람이라면, 다른 책을 추천하지만
글을 읽는데 어려움이 없는 사람에게는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보면서 좋은 구절을 적어본다.
정시에 맞춰야져야만 톱니바퀴가 맞아 돌아가는 사람의 일이란 죽을 맛인 것이다. 그러니 당신과 내가 만날 때면 저녁 7시에 만나는 것도 좋겠지만 저녁 7시 10분에 만나면 어떻겠냐고 물을 것이다. 그러고는 서로 먼저 와서 기다릴까 봐 나나 당신이 10분 먼저 그 자리에 와 있을지도 모르겠다. 10분 뒤를 생각해서겠다. 그것도 다 좋아하는 마음 때문이겠다. 정각이라는 시간 개념은 왠지 우리를 일치시킬 것 같지도 않으려니와 왠지 많은 사람들의 바지런한 기운들이 정신없이 몰리고, 소모되어 닳아버린 것만 같은 안내판 역할이나 하는 것이니까. 우리만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시계에 맞춰 스며들게 하고, 얼기설기 맞춰나가야 할 운명의 여분이 우리에겐 아직 더 남아 있는 것 같으니까.
나도 항상 모든 약속시간을 맞추려고 하는 성향이다. 아니 그 이전에 나가서 기다리려고 하는 사람 중에 한명이다. 그래서 읽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나의 이야기를 하는 거 같아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연인, 가족, 친구와의 약속은 나와 나의 소중한 사람과의 약속이다. 그 소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한 시간, 나에게는 어쩌면 무엇보다 설레는 시간이라고 생각되어 지기 때문이다. 마치 여행 가기 전날의 설렘과 비슷하다고 말해야 할까..?
'혼자 있는 시간'을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 말고 '혼자 있는 시간'을 잘 쓰는 사람만이 혼자의 품격을 획득한다. '혼자의 권력'을 갖게 된다.
혼자 해야 할 것들은 어떤 무엇이 있을지 혼자 가야 할 곳도 어디가 좋을지 정해두자. 혼자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도, 혼자 잘 지내서 가장 기뻐할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것도 알아두자. 이것이 혼자의 권력을 거머쥔 사람이 잘하는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러니 한 부분이 이 구문이다. 혼자 있는 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나는 혼자 하는 것보다는 세명, 네명 아니 두명이서 잘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트렌드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술까지 먹는 시대가 되었다. 무언가 삭막하다.
맛있는 음식은 같이 먹고, 재밌는 영화도 같이 보고,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있다면 같이 술을 마실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소개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법하다. 하지만 책의 제목에도 나왔지만 혼자가 혼자에게 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삶을 장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인생길 위에서 누구를 마주칠 것인가 기다리지 말고, 누구를 마주칠 것인지를 정하고 내 인생길 위에 그 주인공을 세워놓아야 한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믿음이 우리를 그 사람 앞에까지 '데려다 준다'. 그리고 그 믿음의 구름층은 오래 우리를 따라오면서 우리가 지쳐있을 때 물을 뿌려주고, 우리가 바싹 말라 있을 때 습기를 가득 뿌려준다.
청춘은 이 삶을 압도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은 구문이다. 삶을 장악해야 한다. 이 말...
사실 나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20대 때 내 꿈은 평범한 회사원이었고, 20대 후반 때 나의 꿈은 그냥 일반적인 삶을 사는 것, 다른 사람들이 해보았던 일들을 나도 해보는 것. 그냥 너무도 평범한 삶을 추구해왔다. (그게 가장 어려운지도 모르고 그게 평범하다고 말해왔던 거 같다.)
무언가 복합적인 이야기를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힐링이 되어주게끔 해주는 구문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 나도 믿는다. 우연이 아닌 운명을. 그 운명이 인연이 되기를...
이 길을 가야 하나, 저 길을 가야 하나. 이 길을 가면 금방 갈 것 같은데 이 길은 도저히 자신이 없다. 저 길을 가면 멀리 돌아서 가는 억울한 기분이 들지만 숙명처럼 그 지도를 따라야 할 때도 있다.
그냥저냥 만나는 사이도 있기 마련인데 일방적으로 한 사람만 감정의 비중이 과하다면 그 관계는 재미없는 쪽으로 흐른다. 그 사람은 꼼짝도 않는데 나만 열을 내고 화를 내면 내가 괴물이 된다. 그 사람은 나에게 1도 관심이 없는데 내가 그 사람을 1000을 사랑할 때도 나는 괴물이 되고 만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좀 참으라며 그 반대 방향으로 나를 차분히 잡아끌어내는 일은 쉽겠는가.
내가 50을 준다면, 그 사람도 나에게 50을 줄 것인가? 사람의 감정은 정확한 수치로 표현되지 않아, 무게와 부피처럼 잴 수가 없어서 무언가 아쉽다. (그것도 내가 더 많이 주었다고 생각할 때 이러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연인, 친구를 만날 때 그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어느 정도 인지 몰라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속상함이 가득 찰 것이다.
내가 너무 일방적인 사람이 된다면, 내가 괴물이..
나에게 일방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이라면 내가 그 사람을 괴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내가 관심 있는 사람의 마음이 궁금할 때가 많다. 요즘 스포츠 경기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VAR이 사람의 마음까지 측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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