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독서라는 건 진짜 거리가 먼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학창 시절에도 책을 보면 10분 내로 잠이 들었고, 심지어 만화책도 보면 잠이 들었기 때문이다. 첫 회사에서 입사하고 무지했던 나를 반성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책을 읽었지만 지친 몸을 가누기 바빴기 때문에 또다시 포기하고 말았다.

 

요즘 들어 주말에 시간이 많아졌고, 주말에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나를 위해서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그것도 집에서는 뒹굴뒹굴 거리기 바빴기에 집 앞 카페를 가서 책을 읽는 습관을 가졌다.

 

첫 책의 선택은 고민정 (아나운서라고 해야할지, 청와대 대변인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씨가 쓴 '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이다. 남편인 시인 조기영 씨를 만남부터 결혼 이후의 삶까지 조기영 씨에게 받았던 감정을 써 내려간다.

 

10살이라는 나이 차이, 수입이 적은 시인이라는 것, 그리고 강직성 척추염이라는 희귀병을 가진 사람이지만 저자인 고민정 씨 옆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이고 고민정 씨의 삶의 방향까지 같이 안내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해준다. 아나운서가 된 것도 조기영 씨 덕분이다. 현재 청와대 대변인이라는 직업도 조기영 시인 덕분인지 아니면 이번에는 고민정 씨의 선택인지 궁금하다. (물어보고 싶다..)

 

 

사실 책으로만 본다면 조기영 씨는 참으로 대단한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고민정 씨의 인생의 등대가 되어준 것이다. 어려움이 있으면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기쁨이 있으면 같이 기뻐해 줄 수 있는 그러한 사람. 지금의 고민정 씨가 있는 것은 시인 조기영 씨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지속적으로 말하고 있고, 같이 있어주어서 고맙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글귀를 몇 자 적어본다.

 

마땅히 위에 있어야 할 하늘은 밑으로 내려와 땅을 이해하고 반대로 땅은 위로 올라가 하늘을 이해하는 역지사지의 마음 말이다. 선생님이 학생들의 넘치는 끼를 이해해 그것을 더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다면 학생 또한 선생님의 고단함을 이해하고 더 잘 따를 수 있게 될 것이다. 상사는 부하 직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가감 없이 펼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고, 부하 직원은 각기 다른 요구를 아울러야 하는 상사를 이해한다. 이렇게 모두가 서로의 입장이 된다면 크게 이해하지 못할 일도 없을 것이고 자연스레 목소리를 높일 일도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이다.

 

오랫동안 연애를 했어도, 사소한 일에 싸웠던 자기들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서로의 입장을 한 번쯤 생각 봐야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저런 예를 들었다. 사실 나도 연애를 하면서 많이 싸우는 편이고 그 사람의 입장보다 내 입장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다시 한번 역지사지의 마음을 한번 더 다짐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세월이 흘러갈수록 우리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무언가를 건넨다. 내가 5만 원짜리 선물을 하면 적어도 그 이상 되는 선물이 돌아오길 기대하고, 내가 어느 정도의 관심을 보냈는데 그에 대한 반응이 없으면 서운해한다. 사랑이라는 건 크기로 비교할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낸 사랑보다 상대방의 사랑이 적다며 다투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진정한 선물의 의미는 점점 퇴색되고, 사랑이나 관심과 같은 사람의 마음까지 자꾸 숫자로 나타내게 되었다. 하지만 칭다오의 학생들은 상대방에게 베푸는 것을 통해 오히려 자신이 더 행복해진다는 것을 행동으로 깨닫게 해 주었다.

 

중국에서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주었던 고민정 씨가 적은 용돈으로 생활하는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받으면서 느꼈던 감정입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give&take가 형식화되었고, 누구에게나 해준만큼 받길 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나도 누구에게 10이라는 관심과 사랑을 주면, 최소 8~9를 받기를 원하고 아니면 10을 넘는 관심과 사랑을 받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처럼 상대방에게 베푸는 것이 자신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을 보면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보상을 기대하지 말고 상대방에게 베풀면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한테나 베푸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정지어서 말이다.

 

 

내가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사람보다는 나보다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 그래서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일구는 것보다 모든 걸 갖춘 누군가를 만나 얹혀사는 것이 마치 더 성공한 삶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자신이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다. 나보다 좋은 조건의 사람을 만나 자신의 삶은 성공했을지 모르겠지만 상대방은 자신보다 좋지 못한 조건의 사람을 만났으니 실패한 삶이 되기 때문이다. 즉 남에게 피해를 입혀야 곧 자신이 이익을 보는 꼴이다.

 

누구나 다 나보다 나은 배경을 가진 사람을 원하고 갈망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원하고 갈망할까? 나의 입장에서는 이기적인 것이다. 내가 부족한 것은 그 사람이 채우고, 그 사람이 부족한 것을 내가 채워줄 수 있는 사람. 난 그런 사람을 원하고 갈망한다. 무조건적으로 나보다 훌륭한 배경을 가진 사람을 원하진 않는다.

 

 

 

결론

책을 읽으면서 고민정 씨가 아나운서가 되기까지 조기영 씨가 엄청난 힘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사람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한다. 모든 일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이 생각나고, 그 사람과 하고 싶어 한다. 참으로 보기 좋고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로 살아가는 모습이 참으로 부럽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그렇게 힘들게 아나운서가 되었는데, 아나운서의 직업을 포기하고 문재인 캠프에 들어간 것도 지금 청와대 대변인을 하고 있다는 것도 참으로 대단하다. 나도 무언가를 이루고, 더 나은 길을 선택할 때 이루었던 모든 것을 포기하는 순간이 온다면 무섭고 두려움이 가득할 것이다. 그럴 때 나만의 등대를 찾아가 무섭고 두려움을 극복해 내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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